적과 보스
적의 유형, 보스, 전투 관련 항목.

쌍사부인: 백적련
기묘한 뱀 모양의 쌍검을 사용하는 여인. 초식은 변칙적이고 잔혹하며, 화려하고 요염한 자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위험성을 잊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 이들의 끝은 대개 참혹했다. 1년 전, ‘조직’과 곤륜삼걸이 힘을 합쳐 맞섰던 ‘4대 괴면’ 중 한 명이 바로 백적련이었다. 당시 전투 도중 현자의 비파가 산산이 부서지며 강대한 환술이 폭발했고, 숲 전체를 집어삼킨 환영 속에 백적련까지 갇히고 말았다. 환술에 뒤틀린 거울 숲에는 해도 달도, 삶도 죽음도 없다. 남은 것은 끝없는 망각과 공허뿐이다. 백적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뱀들을 풀어 흩어진 비파를 찾게 하는 것뿐이었다. 비파를 다시 맞추기만 하면 성모님이 자신을 구해 줄 것이다. ……다시 한번, 자신을 구해 줄 것이다. 뱀은 뱀을 낳고, 사라진 뱀의 자리는 또 다른 뱀이 채웠다. 뱀들은 끊임없이 숲을 오갔지만, 비파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백적련은 점차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화가 나면 뱀 몇 마리를 베어 버리고는 게으름을 피운다며 욕했다. 밖에서 노는 데 정신이 팔렸다며, 서로 짜고 자신을 속인다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뒤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죽인 뱀들을 묻어 주었다. 새로 부화한 어린 뱀들을 달래며 말했다. 자신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미워하지 말라고. 제발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 아직 성모님께 자신은 쓸모가 있다. 분명 비파를 다시 맞출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풍설도객
환술사의 유적 깊은 곳,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흰옷을 입은 도객이 신병을 손에 들고 서 있다. 북방식 경갑 위로 눈처럼 흰 옷을 걸쳤지만, 얼굴의 절반은 이미 크게 망가졌다. 지고자가 꾸민 함정에 빠진 뒤로 그의 모습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칼을 휘두르면 바위가 갈라질 정도로 위력이 강하며, 몸놀림도 매우 빠르다. 긴 칼날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주변에는 서리가 맺히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북무림을 떠돌며 좀처럼 상대를 만나지 못했던 그는 성격 또한 오만하고 거침없었다. 은원은 바로 갚는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삼았으며, 애도 ‘백영’을 들고 수많은 사도와 악인을 베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홀로 남쪽으로 향했다. 무려 3년 동안 흔적을 쫓은 끝에 얼어붙은 금지에 도착했지만,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들은 이미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뒤였다. 분노와 슬픔에 휩싸인 그는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죽이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복수에 몰두해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지고자가 준비한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여러 술법에 속박되어, 99번 인형을 지키는 꼭두각시가 되었다. 끝없는 눈보라는 그의 남은 육신을 계속 망가뜨렸고, 아들의 죽음에 대한 기억은 매 순간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뜻을 맡길 사람이 나타났다. 자신을 대신해 이곳의 요사한 존재들을 베어 없애고, 아들의 원한을 갚아 줄 사람을.

폭도
살기에 완전히 지배당한 마을 주민의 잔해. 살기 개조가 실패하면서 본래의 의식과 생명력은 사라졌다. 걷잡을 수 없는 살의에 이끌려 칼을 휘두른다. 도법에는 질서가 없으나 힘을 아끼는 법도 없다. 괴면이 그들의 마을을 파괴했다면, 희망을 걸었던 살기 개조는 남아 있던 모든 것마저 파괴했다.

'뇌창': 장홍
천둥이 하늘을 가르자, 한 사람과 한 필의 말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 주인공은 신기에 가까운 창술을 지닌 장홍이었다. 그는 ‘조직’에서 수많은 공을 세웠으며, 침착하고 신중한 성격에 의로운 마음까지 갖춘 인물이다. 또한 과거 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던 오랜 벗이기도 하다. 장홍은 어린 시절, 표사 일을 하던 노인에게 창술을 배웠다. 불과 한 달 만에 그 기술을 모두 익힌 그는 이후에도 창끝으로 물결을 가르며 꾸준히 수련했다. 그렇게 창술을 갈고닦은 끝에 마침내 번개를 모으고 벼락을 부르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무림 밖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분쟁을 직접 겪은 뒤, 장홍은 강호에서도 ‘조직’에서도 그저 평온한 삶을 지키고자 했다. 그는 늘 신분을 숨긴 채 조용히 지냈으며, 혼인하고 자식을 얻었을 때조차 가까운 벗 몇 명만 불러 소박하게 축하했다. 평소에는 팔괘각 한구석에 앉아 홀로 술을 기울이는 것을 즐겼다. 그런 장홍이 오늘 혼과 다시 마주한 것은 과연 마음속 응어리를 풀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조직’의 명령을 받았기 때문일까?

금면의 흑의인
용주를 통해 혼은 불길과 어둠이 뒤엉킨 기이한 공간으로 떨어졌다. 어둠 속 누각의 폐허는 끝없이 타오르고 있었고, 마치 어느 참혹한 재앙의 순간이 그대로 멈춰 버린 듯했다. 그때 잿더미 사이에서 금빛 가면을 쓴 흑의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여유로운 걸음과 몸가짐에는 대가다운 기품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은 혼에게 어딘가 낯익은 느낌을 주었다. 흑의인은 화려한 붉은 칼날을 들고 있었다. 그의 검술은 정확하고 노련했으며, 몸놀림 또한 그림자처럼 가벼웠다. 혼의 공격이 닿으려는 순간마다 눈앞에서 모습을 흘리듯 피하며 칼날을 허공에 남겼다.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혼을 제압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매번 힘을 남겨 두었다. 마치 싸움을 통해 혼의 무공을 가르치려는 듯했다. 이 정도의 무공 경지에 오른 자는 강호에서도 손에 꼽힌다. 시련이 끝난 뒤 흑의인은 혼에게 반드시 ‘암마천보’라는 이름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이 정체불명의 선배가 암마천보와 연관된 인물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가 바로 암마천보의 주인, 마연인 것일까? 다른 용주를 통해서도 그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더 많은 진실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요녀: 골완약
뼈만 앙상하게 야윈 백의의 여인. 마른 우물을 지키며 연인의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고 몇 번이고 노래한다. 그녀의 헛된 꿈을 감히 깨뜨리려는 자는 모두 칼날이 된 긴 소매와 감옥 같은 환술에 휘말려 끝없는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예전에 그녀는 '지고자'의 제자가 거문고 소리로 수많은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직접 보고, 망설임 없이 그 문하로 들어갔다. 그러나 '지고자'가 가르친 것은 또 다른 살기 개조의 방법에 불과했다. 그녀는 노래와 환술을 하나로 잇는 길을 얻지 못하고, 도리어 날로 일그러지고 망가져 가는 얼굴만 얻었다. 사악한 길에서 벗어나겠다는 필사의 각오를 준 것은 연인이 보낸 편지였다. 구사일생으로 사문을 빠져나온 그녀는 가면으로 망가진 얼굴을 가리고 살기를 억누른 채, 연인과 약속한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드넓은 방진 어디에도 그 익숙한 모습은 없었다. 기이한 술법으로 그를 찾아 헤맸지만, 찾아낸 것은 연인이 남긴 한 가닥 사념뿐이었다. 그는 생전에 그녀의 노래를 가장 좋아했다. 그래서 우물가는 그녀의 무대가 되었고, 그녀는 노래와 꿈에 갇힌 사람이 되었다…… 계속 노래하기만 하면 사랑하는 이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입을 열 때마다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올지라도.

검치: 화천소
방진으로 이어지는 관도의 큰 다리 위에서 술에 취한 채 서 있는 청의 검객. 그는 가면 위로 술을 거리낌 없이 쏟아붓는다. 누군가가 과거 자신의 검을 부러뜨린 자가 이곳을 지나갈 것이라고 알려 주었기에,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 절정의 검술은 그가 평생 추구해 온 것이었고, 실제로 그는 오랫동안 정점에 서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간발의 차이로 패했던 자들이 괴면에게는 허무하게 무너졌고, 평범한 자가 하룻밤 사이 무림의 거두를 꺾기도 했다. 모든 것이 그에게 외치는 듯했다. 개조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질 것이라고. 그는 술잔으로 결정을 내리려 했다. 한 잔을 마시면 개조하고, 또 한 잔을 마시면 개조하지 않기로 했다. 더는 마실 수 없을 만큼 취했을 때는 어디까지 셌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술기운을 빌리면 개조의 대가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후 화천소에게는 더 강한 벗들이 생겼다. 감히 자신을 비판하는 정파 인사들은 손쉽게 베어 버렸지만, 별다른 재미는 없었다. 곤륜삼걸이 신비로운 ‘조직’에 도움을 청하고서야 그는 다시 조금 기대를 품었다. 그토록 자랑하던 다섯 자 길이의 검이 부러지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누군가 그의 부러진 검끝을 살펴볼 때마다 웃음소리는 더 커지고 검세는 더 사나워진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아무리 웃고 또 웃어도, 술 취한 검객의 집착은 풀리지 않았다.

권치: 철 광
권법의 대가이자, 1년 전 ‘조직’과 곤륜삼걸이 힘을 합쳐 맞섰던 4대 괴면 중 한 명. 거대한 체구에 근육이 단단히 얽혀 있으며, 두 주먹은 마치 쇠로 빚은 듯하다. 권법은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려우며, 한 번 내지르는 주먹에는 묵직하고 강대한 힘이 실린다.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거리를 두고 빈틈을 노린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약자를 지키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던 사형 철 귀와 달리, 철 광은 오직 싸움과 무공에 몰두했다. 스승의 뜻을 이어 문파의 무예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심지어 스승이 임종 직전 깨달았던 권도의 경지에 닿기 위해, 스승의 유품을 이용해 살기 개조까지 감행했다. 새로운 힘을 얻은 뒤 그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싸움을 벌였다. 정파든 괴면이든 그의 상대가 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괴면’과 인연을 맺었다. 몸 속의 힘이 점차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가면과 쇠못, 그리고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억누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난해의 싸움 이후, 살육을 향한 충동은 점점 강해졌다. 이제는 무공을 갈고닦고자 했던 마음마저 집어삼킬 지경에 이르렀다. 과거의 적이 다시 이 숲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철 광은 다시 옛 전장으로 향했다. 이번 싸움은 자신의 권법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자,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결전이기도 하다. 살기에 완전히 삼켜지기 전, 마지막까지 자신다운 끝을 지키기 위해.

소주 호위: 철 귀
현철 권갑을 사용하는 무인. 권법에 미친 철 광의 사형으로, 거대한 체구와 쇠처럼 굳은 인상을 지녔다. 서 있기만 해도 태산처럼 흔들림이 없고, 주먹을 내지를 때마다 묵직하고 강대한 힘이 실린다. 옥요와 함께 소주 목소규의 무공을 지도하며 호위까지 맡고 있어, 두 사람의 호흡 또한 빈틈이 없다. 당시 사문 간의 원한은 이미 정리됐지만, 무림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격랑이 일고 있었다. 철 귀는 본래 이런 분쟁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조직’의 제안과 그들이 추구하는 ‘규칙’에 마음이 움직여 결국 합류하기로 결심했다. ‘조직’에 들어온 뒤 철 귀는 소주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약자를 지키고, 강자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것은 그가 오래도록 지켜 온 무도의 신념이기도 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목소규를 향한 그의 신뢰도 깊어졌다. 그녀에게는 맑고 선한 마음과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었다. 목숨을 걸고 지킬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그녀의 성장을 돕고 싶었다. 이제 전대 명주는 죽고, 명사 중 한 명이었던 혼은 ‘조직’을 떠났다. 조직 내부의 정세도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철 귀 역시 마음속으로는 착잡했지만, 굳이 옳고 그름을 논하려 하지는 않는다. 소주의 판단이 곧 그의 판단이다.

소주 호위: 옥요
차가운 인상의 여인. 양발에 각각 요거 장검을 장착하고, 유연한 다리 움직임으로 두 칼날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몸놀림은 번개처럼 빠르고, 베어 내는 기세 또한 날카롭고 거침없다. 철 귀와 함께 소주 목소규의 무공을 지도하며 호위까지 맡고 있어, 두 사람의 호흡도 매우 뛰어나다. 옥요는 본래 부모 없이 자란 아이였다. 위험에 처했을 때 명주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졌고, 이후 어린 목소규가 그녀를 친근하게 “언니”라 부르며 가족이 되어 주겠다고 말했다. 늘 차갑고 무심했던 옥요의 마음에도 그때부터 조금씩 따뜻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소주를 지키는 임무는 어느새 진심 어린 애정과 충성으로 바뀌었다. 연무장에서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목소규를 가르치지만, 수련이 끝나면 발목의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혈자리를 눌러 주는 세심함도 보인다. 그녀에게 받은 물건은 무엇 하나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한다. 어쩌면 그녀의 곁을 지킨 시간만큼은 명주보다도 길었을 것이다. 전대 명주가 세상을 떠난 뒤 ‘조직’ 내부는 크게 흔들렸고, 강호에도 연이어 변고가 일어났다. 옥요는 누구보다 목소규가 짊어진 책임이 무겁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조직’의 앞날보다 그녀가 더 걱정하는 것은 단 하나. 목소규의 안전이다.

옥면랑군
산길에서 혼을 끊임없이 도발하는 괴면. 화려한 색채와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그려진 나희의 옥 가면을 쓰고 있다. 마치 요술사처럼 다양한 무공에 서역의 기이한 술법을 섞어 사용하며, 변방의 ‘수명문’과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전투에서는 두 분신과 함께 공격한다. 옥면은 고리를 휘두르며 교활하고 변칙적으로 움직이고, 금면은 검으로 허를 찌르며, 철면은 칼을 들고 맹렬한 공격을 퍼붓는다. 세 가면의 공격은 허와 실이 뒤섞여 예측하기 어려우며,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적의 목숨을 노린다. 본래 황행자의 명령을 받아 혼의 행적을 감시하던 자였다. 하지만 그는 임무를 수행하기보다는 모든 상황을 놀이처럼 즐기며, 혼이 산 아래에서 정상까지 올라오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이처럼 기괴하고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은 도무지 황행자 휘하의 정파 무인답지 않다. 게다가 출처를 알 수 없는 분신술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면, 변방의 술법과 중원의 나희를 결합한 듯하다. 어쩌면 그와 황행자 사이에는 남모를 밀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종사에서 벌어진 싸움에서도 그를 완전히 쓰러뜨리지는 못한 듯하다. 혹시 이것마저 그가 미리 준비해 둔 비장의 수였을까?

무법자: 형야
마적단의 우두머리. 핏빛 전마를 타고 다니며, 말과 몸에는 날카로운 쇠가시가 빽빽하게 돋아 있어 마치 가시밭 그 자체가 달려드는 듯한 모습이다. 성정은 흉포하고 피를 즐기며, 오랫동안 동부 무림을 떠돌며 약탈을 일삼았다. 특히 말을 몰아 상대를 추격하며 정파 인사들을 잔혹하게 사냥하는 것을 즐긴다. 1년 전, 형야는 ‘조직’과 곤륜삼걸에게 패했다. 그러나 멀리 달아나지 않고 부하들을 이끌고 산림에 자리를 잡아 관도를 장악했다. 정파가 남겨 둔 참호와 비밀 통로까지 모조리 기습용 함정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동안 무공 역시 한층 더 강해졌다. 쇠가시로 뒤덮인 원형 방패를 투척할 수 있으며, 방어 또한 매우 견고해 넓고 강한 무기가 아니면 쉽게 뚫기 어렵다. 허리에 매단 적의 머리는 필요할 때마다 으깨 피를 얻는 데 사용한다. 그렇게 얻은 피를 살기를 이용해 가시로 만들어 멀리 있는 적까지 공격한다. 손에 든 참마도로 적의 피를 빼앗아 자신의 체력을 회복하며, 때로는 자신의 피를 희생해 더욱 강력한 공격을 펼치기도 한다. 이토록 광기에 물든 무법자도 어린 시절에는 보도를 품에 안고 순수한 마음으로 정파에 들어가기를 꿈꿨다. 지금의 칼은 그때의 칼이지만, 칼을 쥔 사람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 말을 타고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정파 인사들은 이제 대부분 그의 칼 아래 쓰러졌다. 하지만 형야는 여전히 자신의 ‘원한’을 모두 갚지 못했다고 여긴다. 이토록 썩고 무너져 힘마저 잃은 정파가…… 정녕 그가 그토록 들어가고 싶어 했던, 그 시절의 정파란 말인가?

맹호포: 뇌당
‘조직’의 고수. 건장한 체격과 뛰어난 무공을 지녔으며, 강직하고 신중한 성품에 충성심 또한 깊다. 과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오른팔을 잃었으나, 다행히 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 후 잘려 나간 오른팔에 호랑이 형상의 수포를 장착했다. 포격을 준비할 때면 호랑이의 포효처럼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화력 또한 막강하다. 현재 그는 새로운 명주 좌상의 명을 받아 방진에 왔다. 오랫동안 음모를 꾸며 온 몽차가 영경 전체를 뒤흔들 만한 거대한 재앙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였다. 전대 명주 목천막이 갑작스럽게 살해당했다. 그런데 그를 죽인 범인이 다름 아닌 자신과 여러 차례 생사를 함께했던 혼이라니. 뇌당은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혼을 보는 즉시 붙잡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눈앞에 닥친 상황과 두 사람 사이에 쌓인 깊은 옛정을 생각한 끝에, 그는 결국 손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혼에게 희몽산장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 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신중한 뇌당이라 해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좌상의 치밀한 계산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광녀
살기에 완전히 지배당한 마을 여인들의 잔해. 괭이를 마구 휘둘러 파고 찍는다. 힘은 그다지 세지 않으나 움직임이 몹시 빠르다. 아마도 아직 밭일을 한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밭을 갈던 괭이를 꽉 쥔 채, 작황과 땔감이며 양식의 값을 희미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밭은 이미 황폐해졌고, 가을걷이는 다시 오지 못한다.

암마천보의 주인: 마연
용주 다섯 곳에서 다섯 번 만났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30여 년의 이별을 메울 수 없다. 만여 밤낮 동안, 그는 혼의 삶에서 너무 많은 중요한 순간을 놓쳤다. 옹알이를 하고 첫걸음을 떼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글을 깨치고 무공을 시작하는 곁에도 있지 못했고, 암마천보의 무학을 손수 물려주지도 못했다. 암마천보의 혈맥은 살기가 너무 왕성하여, 몸과 그 힘을 다루는 능력에 요구하는 바가 극히 높다. 암마천보의 사람이 이끌어 주지 않으면, 혼은 필연히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하게 된다…… 다행히 혼은 무사히 자랐다. 이제 그는 자세가 곧고, 무예도 이미 마연 자신에게 뒤지지 않는다. 그 한 초식 한 초식에서 마연은 그가 헤맨 30여 년을 읽었고, 지금 그가 찾고 또 헤매는 마음도 보았다. 혼은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마연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예를 짚어 주고 혈맥 속의 힘을 다루게 이끄는 것 외에, 등 뒤에 끊이지 않을 마음이 있음을 알게 하는 것뿐이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꺼내면 오히려 짐이 된다. 그러니 미처 하지 못한 당부는 오고 가는 검의에 모두 실어 두기로 했다. 이 시련들이 그의 앞길을 열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조직'의 소주: 목소규
목천막의 외동딸이자 혼의 소꿉친구. 활발하고 솔직하며 시원스러운 성격이다. 어려서부터 칼과 검을 즐겨 다뤘고 무공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세검 ‘난앵’을 손에 쥐면 검법은 경쾌하고 우아하여, 한순간에 열 번의 검격을 퍼부어 검영이 흩날린다. 몸놀림은 제비처럼 가볍고 공중에서 베고 찌르는 데 능하다. 날카로운 검세 속에는 그녀만의 예리함과 생기가 살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아버지가 살해당했고, 그 범인은 혼이었다. 좌상은 이 모든 것을 빠르게 받아들인 듯했다. 반드시 의부의 원수를 갚고 ‘조직’과 그녀에게 책임을 다하겠다며 그녀를 달랬다. 하지만 소규는 그가 이 모든 것에 무언가 오해가 있다고 말해 주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화목했던 지난날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아버지는 늘 자신의 신념을 늘어놓으면서도 그녀가 핑계를 대며 혼을 끌고 검술 연습을 하러 나가는 것을 늘 눈감아 주었고, 그럴 때면 좌상이 대신 아버지 곁을 지켰다…… 그들은 분명 그녀에게 더없이 소중한 가족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함께 강호를 누비며 의를 행하자고 굳게 믿었던 그 사람은 어째서 한마디 해명도 없이, ‘조직’의 추격을 무릅쓰고 홀로 방진으로 떠난 것일까?

도끼 두목: 팽맹
'네 명의 도끼 형제' 중 맏이. 세 아우의 원수를 갚고자 살기 개조를 받았다. 몸집은 더욱 커지고 살가죽은 단단해졌으며, 힘은 끝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바위를 쪼개고 산을 가를 듯한 거대 도끼로 정파의 정예들을 잇달아 베었다. 계곡의 정파 소대는 막대한 희생을 치른 끝에 그를 제압했다. 굵은 쇠사슬을 그의 견갑골에 꿰어 역참 뒤편에 묶어 두었다. 옛 '사흉 도끼'는 술과 고기를 호탕하게 즐겼다. 의로운 일을 하기도 했지만, 피비린내 나는 강호에서 그들의 도끼 아래 억울하게 죽은 이들 또한 헤아릴 수 없었다. 그래도 그때까지 모든 은원은 강호의 법도로 다스려졌다. 세 형제가 계략에 희생되고 자신마저 정파 소대에게 쫓기자, 막다른 길에 몰린 팽맹은 마지막 이성을 버렸다. 그렇게 살기 개조에 완전히 잠식되었다.

홍의여검객
비둘기 우리가 있는 높은 탑 정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수수께끼의 붉은 옷 여인. 검술은 가볍고 유려하지만, 얼굴은 살기에 타들어 가 일그러진 구멍처럼 변해 있다. 그럼에도 아직 약간의 이성은 남아 있다. 그녀가 계속 탑 정상에 머무는 것도 누군가 중요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혼과 싸울 때도 전력을 다하지는 않는다. 다만 살기의 영향으로 몸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할 뿐이다. 그녀는 마교 출신이었지만, 정파 제자인 대사형과 사랑에 빠졌다. 정파 연맹의 상층부는 원래부터 그녀가 속한 교파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오히려 그녀를 탄압할 구실이 되었다. 그들은 그녀를 온갖 방식으로 괴롭힌 뒤, 마치 자비라도 베푸는 듯 목숨만은 살려 두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정작 사람을 위협하는 괴물과 맞서 싸우는 데에는 소극적이면서, 조용히 살아가던 작은 마교 하나를 없애는 데에는 온 힘을 쏟았다. 스스로를 정파라 불렀지만, 그들의 도량과 기개는 오히려 휘하의 평범한 제자들보다도 못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복수하기 위해서, 그녀는 결국 개조를 선택했다. 하지만 탑 위에 서서 이미 폐허가 된 정파의 진영을 내려다볼 때, 그녀는 이 모든 일이 허무하다고 느꼈을까? 아니면 사랑도 원망도 복수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끝내 후회하지 않았을까.

칠성검진: 대사형
대사형을 중심으로 일곱 명이 하나처럼 검을 휘두르며, 북두칠성의 형태로 진을 펼친다. 그래서 이들의 검진은 ‘칠성검진’이라 불린다. 용체 개조를 받은 뒤에는 서로의 살기까지 이어져, 공격과 후퇴의 호흡이 더욱 완벽해졌다. 이들 일곱 명은 본래 명예나 경쟁에 관심이 없었다. 검술 수련에만 몰두하며 악인을 벌하고 약자를 돕는 것을 자신의 길로 삼았다. 하지만 대사형이 마교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정파의 규율을 어겼다는 이유로, 아무리 검술이 뛰어나고 수많은 공을 세웠어도 연맹에서는 좀처럼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방면에서 배척과 불이익을 받았다. 대사형은 그런 부당함을 그저 웃어넘기며 모두 자신이 감당했다. 사랑하는 사람도 버리고 싶지 않았고, 사문 또한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서로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정파와 사파’ 사이에서, 적어도 자신의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길을 찾고자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끝까지 자신을 따라온 사제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다는 미안함도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사제들은 누구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사형이 받아 온 부당한 대우에 더 크게 분노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연맹 상층부를 향해 남아 있던 마지막 신뢰마저 완전히 무너뜨렸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참고 물러서기만 하면, 결국 자신들은 필요할 때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쌓여 온 분노 끝에 일곱 명은 결국 용체 개조를 받아들였다. 연맹은 이를 구실로 그들을 명단에서 지워 버렸고, 그 결과 이들의 이름은 강호에서 더욱 빠르게 잊혀 갔다. 특히 뛰어난 검술로 칠성검진의 중심을 맡았던 그 ‘대사형’의 이름까지도.

귀차
'조직' 휘하의 결사대. 철저히 훈련받아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 넓적한 쌍두도를 연달아 휘둘러 가까이서 상대를 몰아붙인다. 귀차의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없고, 칠흑 같은 구멍만 남아 있다. 그러나 가면을 쓴 것도 아니며, '괴면'처럼 피에 굶주린 광인도 아니다. 그저 어둠에 숨어 흔적 없이 오가는 검보랏빛 그림자일 뿐이다. 그런데 요즘은 강호를 오가는 이 그림자들이 부쩍 늘어난 듯하다.

거대 망치꾼: 만균
정파 대영을 지키는 거대한 망치 무사 만균. 육중한 몸 곳곳에는 개조로 생긴 흉터가 가득하다. 손에 든 금과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바위와 흙이 튀어 오르고, 땅이 흔들리며 적들이 쓰러진다. 가족과 동문들은 만균의 괴력을 두려워하거나 그의 우둔함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오직 세상의 편견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흰 비둘기들만이 그를 커다란 나무처럼 여기며 팔에 내려앉아 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황행자가 우연히 만균의 괴력을 알아보았다. 그는 그런 힘을 가지고 비둘기들과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정파를 위해 써야 한다고 꾸짖었다. 그러고는 ‘용체술’을 가르쳐 주며, 이 술법을 익히면 머리가 맑아지고 지혜가 트이며 아무런 부작용도 없다고 했다. 수련을 거듭하면 언젠가 무림 제일의 힘을 얻어 천하 영웅들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만균은 애초에 남들의 존경을 바란 적이 없었다. 그저 평생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어 주었다는 사실이 기뻤을 뿐이다. 그날부터 만균은 황행자에게 한결같은 충성을 바치며 목숨을 다해 따르기로 맹세했다. 살기의 반작용으로 정신이 점점 흐려지는 와중에도 황 나리의 명령만큼은 굳게 지키며 대영의 문 앞을 지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영은 점차 황폐해졌지만, 흰 비둘기들은 여전히 오랜 친구인 만균의 곁을 맴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혼에게 패배해 거대한 몸이 땅에 쓰러지는 순간, 어째서인지 만균의 흐릿한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용체 개조에는 이로움만 있고 아무런 해도 없다는, 그 거짓말이.

연검: 오냉상
백산파의 대사저이자 장문 필도도의 수제자, 오냉상. 혼이 유폐지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는 이미 가면이 깨진 상태였고, 몸속에서 폭주하는 살기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었다. 손에는 유연하면서도 쉽게 꺾이지 않는 연검을 들고 있으며, 그런 상황에서도 우아하고 단정한 기품은 남아 있다. 스승 필도도와 마찬가지로 오냉상은 용체 개조와 살기 개조를 모두 사악한 술법이라 여겼다. 필도도가 갑자기 소식이 끊기자, 그녀는 스승의 행방과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직접 길을 나섰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같은 백산파의 사매들이 괴면과 인형으로 개조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끔찍한 비밀을 알아낸 오냉상 역시 결국 화를 피하지 못했다. 살기가 완전히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녀가 끝까지 걱정한 것은 산길 끝으로 끌려간 스승 필도도였다. 오냉상은 본래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세상을 보고 스스로 무공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춤을 익히며 길러 온 유연한 몸은 이제 살기에 휘둘려 미친 듯 검을 휘두르는 데 쓰이고 있다. 한때는 백산파의 대사저로서 사문을 지키고자 했지만, 이제는 동문을 보호할 힘도 없고 스승을 마주할 면목조차 남지 않았다. 몸은 강제로 개조되었지만 마음속 원통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끝까지 남은 것은 사문을 향한 충심과 깊은 비통함뿐이었다.

타락 장군: 무헌
과거에 군대를 이끌고 '괴면'과 혈전을 벌인 뒤 방진 뒷골목을 지킨 장군. 그가 입은 중갑은 육가촌 수문장 '졸벽'의 것과 같은 계통으로, 철탑처럼 우뚝하다. 낭아봉을 휘두를 때마다 광포한 늑대가 피를 탐하듯 무겁고 강한 힘이 쏟아진다. 위기에 몰리면 살기를 혼돈의 불꽃으로 바꾸어 적을 불태운다. 그의 손에 죽은 개조자는 헤아릴 수 없고, 그들이 남긴 장치는 자신의 몸에 이식했다. 그는 아직도 '괴면'이 떼 지어 다니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때 그는 온갖 반대를 물리치고 전군에 개조를 명령해, 끝내 모든 전우를 광기에 빠뜨렸다. 직접 그들의 숨을 끊은 뒤, 장치를 자신의 피와 살에 박아 넣어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너무 깊이 타락했다. 장치가 겹겹이 쌓일수록 인간성은 한 조각씩 벗겨졌다. 이제 그의 의식은 표무림과 이무림 사이를 잠시 오갈 수 있으며, 심지어 이무림의 깊은 곳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다… 그는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귀향지임을 깨달았다. 더 많은 장치를 삼켜야 한다. 그곳에 더 가까이 다가가 수많은 망혼을 모두 '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신의: 사추동
방진 뒷골목에 자리 잡은 의원, 동전으로 장식된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평범한 의원을 뛰어넘는 의술로 개조자들의 추앙을 받았으나, 치료를 위해 흡수하는 살기와 생명력은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스승의 비극은 선한 마음이 반드시 좋은 결말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사제의 모습을 보며 고행이 반드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를 근거로 그는 반평생 헛되이 보내고 의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자신에게 합당한 핑계를 찾았다. 방진에 용체 개조자가 만연하자, 그는 반전의 기회를 손에 넣었다. 치료를 빙자해 개조된 백산의 제자들을 유인하고 뒷골목에서 살기를 마구 흡수했다. 약탈한 살기를 쇠락한 자 몇몇에게 베풀어 며칠의 숨 돌릴 틈을 주었으니 자유롭고 통쾌한 나날이었다. 그의 손에 치유받은 이들은 세상의 신의라 칭송하지만, 개조자들의 시체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가면의 동전은 달랑거리고, 그는 달콤한 살기를 탐욕스럽게 들이마신다. 그가 이 개미같은 자들에게 생명을 내린 것이니, 생사를 좌우할 진정한 신의는 바로 자신이라 여긴다.

수문장 졸벽
무헌 휘하에서 육가촌을 지키는 수문장. 온몸에 중갑을 두르고, 투구 깊숙이 핏빛 외눈이 숨어 있다. 손에 든 거대한 방패에는 흉포한 맹수가 새겨져 보는 이를 위압한다. 싸움이 시작되면 거대한 방패를 휘둘러 내리찍고 후려치며, 방패로 땅을 세차게 내려쳐 흙먼지를 일으킨다. 방패를 앞세우고 몸을 낮춰 돌진하면 그 기세가 실로 맹렬하다. 다만 걸음이 느리고 피하거나 물러설 줄 모르며, 오직 육중한 갑옷과 단단한 몸으로 모든 적과 정면으로 맞선다. 그는 어려서부터 군영에서 자라, 아침저녁으로 군령과 나팔 소리만 들었을 뿐 저잣거리의 삶은 알지 못했다. 장군이 동쪽으로 가라 하면 동쪽으로, 서쪽으로 가라 하면 서쪽으로 갔다. 장군이 살기 개조를 명했을 때도 그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묵묵히 명을 따랐다. 그는 이미 자신을 잊었다. 남은 것은 지켜야 한다는 집념뿐. 산처럼 움직이지 않고 진 앞을 사수하며, 적이 한 치도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너무 오랫동안 뒤돌아보지 않았기에, 등 뒤의 마을이 이미 붉은 실로 뒤덮이고 인형으로 가득 찼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